자산 및 금융 상담을 받아본 사람들은 신용카드 구매 대신 매주 현금을 찾아 일별 혹은 주별 지출을 하라는 조언을 들어봤을 것이다. 신용카드를 최소한으로 유지하고 나머지는 현금을 쓰라고 조언한다. 실제로 돈이 지갑을 떠나는 것을 보면 소비를 덜 하게 된다는 것이다. 일부 연구에서 밝혀진 것처럼 이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현금을 사용하는 것 자체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지불의 투명성이다.
지불의 투명성이 줄어들수록 더욱 많이 소비하게 된다.
지불의 투명성은 지불이 얼마나 실재적인가를 의미한다. 지불이 좀 더 실재적이고 유형의 것일수록 그것이 더 투명하다고 할 수 있다. 다양한 지불 방식이 가진 특징들을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현금 - 현금은 매우 실재적이다. 우리는 그것을 만질 수 있고 또 주머니에 넣을 수도 있다. 그리고 우리는 그것이 없어지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그것은 매우 실재적이고, 매우 투명하다.
신용카드 - 실재하는 카드이므로 유형의 것이다. 하지만 그것을 상점에서 사용할 때 우리는 카드를 건네준 후 곧 되돌려 받는다. 따라서 신용카드의 사용에는 무언가를 잃어버리고 있다는 확실한 느낌이 없다. 그러므로 신용카드는 현금보다 덜 투명하다. 투명성 보완을 위해 문자 알림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넘쳐나는 스팸 문자들 속에서 묻혀버리기 일쑤다.
앱카드, 페이 서비스 - 휴대폰 내 서비스로 존재하며 신용카드보다 실재감이 훨씬 덜하다. 신용카드나 은행 계좌번호를 등록해두면 카드를 만질 필요도 없다. 휴대폰 화면을 보여주고 바코드나 QR코드를 체크하면 바로 결제가 이루어진다. 이 경우 투명성은 현금이나 신용카드를 사용할 때보다 더 낮으므로 더 많은 소비를 하게 된다.
원-클릭 구매 - 자주 사용하는 서비스는 배송지, 결재수단 등을 저장해두면 [구매] 버튼을 누름과 동시에 결제가 완료된다. 이 과정은 사용 편의성을 높여주기는 하지만 투명성을 더 낮추게 되며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소비가 늘어나게 된다.
자동 지불 시스템 - 최근 구독 서비스들이 증가하면서 일정 기간 무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이후에 유료로 전환되는 서비스들이 있다. '무료기간만 사용하고 그만 써야지'하는 마음으로 이용하기 시작하지만 여지없이 결제일이 지나고 '결제 완료'메시지를 받고 나서야 기억이 나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하나하나 쌓이는 구독 서비스들도 모으면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
이렇게 지불의 투명성이 낮아질수록 소비의 규모를 통제하기는 점점 더 어려워진다. 서비스를 만드는 기획자이고 고객이 더 많은 소비를 하기를 원한다면 가장 덜 투명한 지불 방식을 시도해볼 수 있을 것이다. 이때 지불 관련 정보를 최대한 손쉽게 저장할 수 있도록 해야 하고, 이용하는 프로세스도 간소화해야 할 것이다. 매달 결제하도록 하는 것보다는 금액 할인을 통해 연간 회원제 방식으로 지불하도록 하는 것이 투명성을 더 낮출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소비자 입장이라면 관점이 달라진다. 자신의 소비를 스스로 통제하기 위해서는 최대한 지불 투명성을 높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결제수단을 등록해두지 않는다면 매번 결제 과정이 불편해서라도 꼭 필요한 것이 아니면 구매하지 않게 될 것이다. 이를 막기 위해 기획자들은 한번 사용한 결제수단을 디폴트 저장하도록 서비스를 제공한다. 마치 칼과 방패의 관계인 것 같다.
소비를 줄이기 위해서 지불의 투명성을 높여라.
평소 신용카드를 많이 사용했었다면 신용카드 대신 체크카드, 체크카드 대신 현금을 사용하는 패턴으로 본인의 소비 방법을 바꾸려고 노력해야 한다. 또한, 자동 결제되어서 정확하게 무엇이 얼마나 언제 나가는지 파악하기 어려운 항목들을 투명하게 가시화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수작업으로 기록하고 관리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기 때문에 정기 결제되는 구독 서비스를 등록해놓고 한눈에 확인하고 관리할 수 있는 왓섭(Whats sub)이나 가계부 등 서비스를 활용해서 관리하는 방법도 괜찮다.
이번 기회에 구독 서비스를 투명하게 관리해보고자 '왓섭' 앱을 다운로드하였다. 아래 화면은 회원가입과 인증을 완료한 후 구독 서비스를 관리하기 위한 첫 관문 페이지다. 안타깝게도 필자는 아래 화면 이후로 진도를 나가지 못했다. 구독 내용을 등록하기 위해서 직접 등록, 카드로 등록, 계좌로 등록, 간편 결제로 등록하기 기능을 활용해야 한다. 현재 구독하고 있는 서비스를 기억하고 있는 것도 있지만 관리가 안 되는 것은 기억하지 못하는 서비스 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직접 등록하기는 어렵다. 카드로 등록하려고 시도를 했으나 카드사 회원 아이디를 입력해야 하는 프로세스였다. 앱카드로 인증하도록 했다면 쉽게 가능했을 텐데 카드사 아이디를 기억하지 못해서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계좌로 자동이체를 걸어놓은 경우 주로 공과금이나 휴대폰 요금이기 때문에 우선 넘어갔다. 간편 결제는 현재 네이버 페이만 제공 중인데, 네이버 페이로 구독을 하지 않고 있으므로 역시 등록할 것이 없었다.
유튜브, 쿠팡, 네이버 쇼핑, i-Cloud, Google Drive, Dropbox, 퍼블리 등 현재 구독 중인 서비스는 많지만 안타깝게도 서비스 등록에 실패했다. 하루 날 잡아서 통장 내역, 카드내역을 전수 조사한 후에 다시 등록을 시도해봐야 할 것 같다. 왓섭의 구독 서비스 등록 프로세스가 하루빨리 개선되기를 기대해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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