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춘기 시기에 달라지는 아이들
작년 코로나 사태로 온라인 수업이 본격화되면서 아이들의 생활 패턴에 큰 변화가 생겼다. 예전에는 크게 관심이 없었던 컴퓨터와 한 몸이 되어버린 것이다. 온라인 수업 중이고 마이크 켜야 하니 방문을 닫겠다고 이야기하고는 쉬는 시간이 되어도 나오지를 않는다. 엄마들은 아이들의 일과 시간에 맞추어 점심을 차린다. 아이들의 학교 급(초/중/고)이 다를 경우 서로 다른 점심시간으로 인해 아이들마다 밥을 달리 차려줘야 한다. 급식이 사라진 아이들의 생활 관리만으로도 벅찬데 아이들의 온라인 학습관리와 사춘기 케어까지 정말 쉬운 일이 아니다.
큰 아이의 사춘기를 2년 전 마감하고 작년에는 코로나와 함께 둘째 아이의 사춘기를 맞이했다. 개인적으로는 사춘기는 끝나도 끝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 체험한 슬픈 2020년이었던 것 같다. 2년 전과는 다른 양상의 사춘기 아이가 출몰한 것이다. 대부분 사춘기의 아이들은 자기 스스로 알아서 할 테니 이거 해라 저거 해라 하지 말고 혼자 내려 벼두라고, 상관 말라고 이야기한다. 부모 입장에서 보기에는 알아서 하는 것이 하나도 없어 보이고, 중고등학교 학창 시절의 중요성과 시간의 소중함을 알기에 부모들의 마음은 안타깝고 초초해진다. 전문가들은 기다려주어야 한다고, 시간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하지만 부모로서 자식이 엇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냥 기다리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심지어 이래도 되나, 너무 무책임한 것 아닌가 하는 죄책감마저 든다.
필자는 두 아들을 키우면서 마음고생도 많았지만 지금 현재는 수다쟁이가 된 두 아들과 함께 잘 지내고 있다. 내 아이에게 시도했던 방법들을 통해 갑자기 찾아온 사춘기 변화로 아이와의 관계에서 마음고생하는 분들에게 조금이라고 힘을 보태고자 한다.
첫째, 아이가 좋아하는 것을 함께 즐긴다.
게임을 좋아하지 않는 부모들이 쉽게 생각하지 못하는 방법이다. 게임을 좋아하는 아이라면 어떤 종류의 게임을 좋아하는지를 살펴봐야 한다. 퍼즐 게임을 하는지, 슈팅게임을 하는지, RPG 게임을 하는지 등 좋아하는 장르에 따라 아이의 성향이 다르다. 한판 게임을 즐기는 아이들의 경우 스트레스 해소나 친구들과 함께 네트워킹을 위해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RPG류의 성장형 게임을 즐기는 아이들의 경우는 쉽게 게임을 그만두기 어렵다. 캐릭터를 키우기 위해서 시간과 노력이 들어가고, 함께 게임 속 친구들(현실 세계 친구들 포함)과 파티 플레이를 하다 보면 중간에 그만두고 나올 수도 없게 된다.
둘째 아이는 마블의 '퓨처 파이트'라는 게임을 즐겼는데, 스스로 성장시키는 것을 즐거워하는 것보다 최종 아이템을 받는 기쁨을 누리고 싶어 하는 것이 컸다. 아이가 학교나 학원에 간 동안 캐릭터를 키워놓고 아이템을 받는 순간은 아이가 직접 할 수 있도록 남겨두었다. 캐릭터가 강해지기를 원했기 때문에 가끔은 현질(현금으로 게임 내 재화를 사서 게임 아이템을 구매하는 형태)을 통해 원하는 스킨을 입혀주기도 했다. 아이는 즐거워했고 고마워했지만, 점점 게임에 대한 흥미를 잃어갔다. 직접 노력해서 얻은 성취감에 비하면 아무래도 재미가 덜 했던 것 같다. 나로서는 싫은 소리 한마디 하지 않고, 좋은 관계를 유지하면서 원하는 효과를 얻게 된 것이다.
아이가 좋아하는 것에 관심을 갖게 되면 아무리 사춘기 아이들이더라도 공감대가 형성되었다고 느끼면서 경계심이 풀리는 것 같다. 말이 통한다고 생각되니 자신의 생각도 쉽게 털어놓게 되고 부모 입장에서는 상황 파악이나 문제의 해결책을 찾기가 수월해지는 것 같다. 각자 아이들마다 좋아하는 것이 다르므로 아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관찰하고, 그것에 관심을 갖고, 진심으로 함께 즐기는 시간을 갖기를 추천한다. 아마도 이 시기가 지나고 먼 훗날 기억에 남는 추억 한 조각은 충분히 건질 수 있을 것이다.
둘째, 제3의 인물을 통해 원하는 바를 전달한다.
아이들은 집에서와 밖에서 많이 다르다고 한다. 집에서는 툴툴거리고 반항하는 아이더라도 밖에 나가면 온순한 아이로 지내는 경우가 많다. 아이의 역할이 상황에 따라 다르기 때문이다. 집에서는 부모님의 아들, 딸이어서 마음 편하게 의지하고 어린아이처럼 행동한다. 하지만 밖에 나가면 다른 아이들의 친구이자, 선생님과 학생의 관계로 의젓하게 생활하는 것이다.
나는 아이와 최대한 부딪히지 않고자 노력했다. 좋아하는 것 챙겨주고, 건강과 관련된 최소한의 것들만 요구했던 것 같다. 대신 학습과 관련된 부분은 선생님들과의 네트워크를 단단히 구축하고 자주 상담하면서 도움을 받았다. 직접 아이에게 전달하면서 의도와 다르게 언성이 높아지고 관계가 틀어지는 것보다는 훨씬 효과적이었다는 판단이다.
또 한 가지 팁은 아이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를 하는 유튜브 동영상을 찾아서 아이들이 들리도록 거실에서 크게 틀고 보는 것이다. 집중해서 보고 있으면 아이도 엄마가 무엇을 하는지 관심을 갖게 된다. 아이가 관심을 보이는 틈을 타서 한 마디씩 툭툭 던질 수 있다. 이때 주의할 점은 감정을 담지 않는 것이다. 사춘기 아이들은 같은 이야기더라도 부모가 하는 이야기보다는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에 좀 더 마음을 열고 듣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솔직히 나는 아들만 둘이기 때문에 감정선을 세심하게 살펴야 하는 딸들의 특성은 잘 알지 못한다. 하지만 아이들의 성향과 무관하게 부모와의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미래에 대한 진지한 대화를 많이 하는 것이 건강한 사춘기를 보내는데 가장 중요한 것임은 분명하다.
셋째, 표정과 목소리를 온화하게 유지한다.
신체적인 변화로 감정적인 혼란을 겪을 수도 있지만 요즘 아이들은 중학교 2학년이 되면 스스로 '사춘기'시기로 정의하고 그에 맞는 말과 행동을 하기도 한다. 큰 아이의 경우 중학교 2학년 종업식날 '이제 사춘기는 끝났다.'라고 이야기해서 큰 웃음을 준 적이 있었다. 사춘기가 어떻게 끝이 있냐고 했더니 '중학교 2학년이 끝났으니 사춘기도 끝이다.'라고 하는 것이 아닌가?
'사춘기 끝'이라는 선언과 함께 큰 아이가 나에게 부탁했던 이야기가 있다. 표현을 직선적으로 하지 말고 돌려서 했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또 말할 때 입술을 깨물지 말라는 이야기도 했다. 아마도 화가 나는 상황에서 꾹 참고 이야기하면서 이를 악물고 이야기하는 모습이 아이에게도 보였던 것 같다. 부모의 표정과 말과 행동을 아이들은 끊임없이 관찰하기 때문에 부모가 숨기려고 하는 그 미세한 감정까지도 다 알아채는 것 같다. 부모들이 편하게 마음을 먹어야 아이에게도 그 안정감이 전달되는 것 같다. 자식이 잘 되기를 진심으로 바라는 부모이기 때문에 어떤 상황에서든 평온함을 유지한다는 것은 정말 쉬운 일이 아니다. 가장 어렵지만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이들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조금 덜어내고 자신을 위해 투자하는 시간을 좀 늘리는 것이 도움이 된다. 입시를 치른 선배 부모들의 공통적인 조언이 아이 스스로 변해야 달라진다는 것이다. 외부의 인풋과 압력으로 아이를 변화 시기는 것은 한계가 있다. 부모 본인이 즐거워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찾아보고, 여가시간을 활용해서 진심으로 즐기며, 자신의 삶을 누리기를 바란다. 그러면 어느 순간 부모와 함께 아이도 쑥쑥 성장해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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