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념은 매우 흔한 현상이다.
책을 읽고 있다가 같은 문장을 세 번 넘게 반복해서 읽고 있다면 우리의 의식은 읽고 있던 것을 생각하는 게 아니라 잡념에 빠진 것이다. 잡념은 백일몽과 비슷하기는 하지만 완전히 같은 개념은 아니다. 심리학자들은 백일몽을 환상이나 상상 속의 이야기로 생각이 빠지는 현상이라고 정의한다. 복권에 당첨되는 환상이나 유명 인사가 되는 꿈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잡념은 좀 더 구체적이다. 특정 과업을 수행하던 중 그 과업과 전혀 상관없는 다른 제3의 과업에 관해 생각하는 것을 잡념이라고 한다.
사람들은 잡념을 과소평가하는 경우가 많다. 캘리포니아 주립대학 산타 바바라 캠퍼스의 조너선 스쿨러 교수는 사람들이 주어진 시간 중 10%를 과업이 아닌 다른 일에 사용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이보다 훨씬 많은 시간을 소비하고 있다고 이야기한다. 일상생활 중의 30% 정도는 잡념에 빠져 있으며, 뻥 뚫린 고속도로를 주행하는 등의 상황에 놓이면 잡념에 빠지는 시간은 70%로 늘어난다고 한다.
우리의 뇌는 한 가지 일에만 집중하도록 설계되어있지 않고, 관심의 대상을 신속하게 옮겨가게끔 설계되어있다. 우리의 주의력 체계는 관찰과 감지, 예기치 못한 사건에 대한 반응, 변화 감시와 새로운 발견을 위해 존재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계속해서 집중을 유지하지 못하고 딴생각을 하는 것은 오히려 자연스러운 일이다. 검색을 하려고 웹브라우저를 켰는데, 무언가를 계속 서핑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는 것도 대표적으로 잡념에 빠지는 사례로 볼 수 있다.
잡념을 즐긴 후 몰입의 질이 더 높아진다.
잡념으로 인해 뇌의 특정 부분은 특정 과업에 집중하고 다른 부분들은 좀 더 높은 목표를 유지하게끔 만들어준다. 예를 들면, 운전에 집중하고 있을 때라도 '언제쯤 주유소에 들러야 한다'는 것을 계속 기억하게 해 준다. 해 준다. 혹은 주치의가 권해 준 콜레스테롤 개선제에 대한 인터넷 기사를 읽으면서 미용실에 가야 할지에 대해 마음속으로 고민할 수 있게 해 준다. 실제로 멀티태스킹 하는 건 아니지만 잡념은 사람들이 하나의 생각과 또 다른 생각 사이를 신속하게 넘나들 수 있게 해 준다.
쉼 없이 집중을 장시간 하는 것은 상당히 어렵다. 기술의 발달로 우리는 점점 더 방해요인이 급증하는 환경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방해 요소가 난무하는 상황에서 집중하는 유일한 방법은 잡념을 편하게 흘려보내는 것이다. 잠시 잡념과 자유롭게 떠다니다가 다시 원래 하던 일로 천천히 주의를 돌리면 된다. 잡념을 즐긴 이후 몰입의 질이 더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산타 바바라에 위치한 캘리포니아 대학교의 연구원들은 잡념이 많은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훨씬 더 창의적이며, 뛰어난 문제 해결력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잡념이 많은 사람들의 뇌는 과업에 집중함과 동시에 다른 정보와 사실을 연결하는 동시 처리 능력이 뛰어났다고 한다.
잡념과 몰입의 적절한 밸런스를 유지하자.
코로나 19의 장기화로 사람들의 생활 패턴이 변하고 있다. 코로나가 종식되더라도 예전 생활로 돌아가기 어려울 것이라는 예측이 많다. 특히 오프라인 중심의 행태가 온라인으로 변화하게 되었고, 사람들이 온라인에 익숙해지면서 오프라인에서 만나는 것보다 더 편하고 익숙하게 받아들이는 것이다. 온라인 수업을 받을 수밖에 없었던 청소년, 대학생들의 행태에서 이러한 변화를 감지할 수 있었다. 그들은 줌(Zoom)을 실시간 화상회의의 목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아닌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활용하고 있었다. 예를 들어 함께 카페에서 공부를 했던 상황을 온택트로 재현하는 것이다. 각자의 방에서 줌을 연결해놓고, 서로 공부하는 상대방의 손을 카메라로 비추고 각자 공부를 한다. 중간에 떠오른 질문을 서로에게 하기도 하고 잡담도 하면서 계속 연결된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다. 이러한 상태는 자유로운 잡념과 몰입을 적절한 밸런스로 유지할 수 있게 해 줄 것이다.
반대로, 집중 몰입을 해야 하는 경우도 존재한다. 이 때도 역시 디지털 기기를 효과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게임을 하지 않는 것이 게임에서 이기는 것이다.'라는 규칙으로 진행되는 게임이 있다. 포레스트(Forest)라는 이름의 게임이다. 나무를 심고 설정한 시간 동안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아야지 선택한 나무를 제대로 키울 수 있는 게임이다. 친구와 함께 키울 수도 있으며 여러 명이 함께 키울 경우 한 명이라도 중간에 스마트폰을 사용하게 되면 모두가 페널티를 받는 형식으로 게임이 진행된다. 오프라인에서도 이러한 게임을 한다고 하는데, 친구들이 함께 밥을 먹으면서 휴대폰을 탑으로 겹쳐서 쌓아놓고, 밥 먹는 시간 동안 휴대폰 안 보기 게임을 즐긴다고 한다.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들의 온오프라인을 넘나드는 창의적인 놀이문화에 감탄을 금치 못한다. 가족끼리 함께하는 식사에서 모두가 Forest를 켜놓고, 스마트폰을 멀리한 채 담소를 나누어보면 즐겁고 유쾌한 시간을 보낼 수 있지 않을까 상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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